하나의 물건을 놓고 극명하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한 번 들어봐 주시겠어요?
제가 사는 곳은 서울 2호선 라인의 A역 인근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의 아파트에는 저 외에도 B라는 직원도 같은 동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가지만, B는 세입자입니다.
어느날인가 A역에 있는 규모가 큰 공공성이 짙은 장소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집값이 올라가겠구나”라면서 흥분된 마음으로 B에게 이야기했지만 B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오히려 “지하철역만 복잡해지지 뭐가 좋냐”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이후론 입장이 틀린 지인과는 집값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집을 소유하냐 하지 않느냐에 대한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논쟁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서두가 길어졌군요.
제가 이렇게 길게 경험을 이야기한 것은 서로의 입장차이가 그렇게 큰 이유는 집값이라고 하는 것이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워낙 덩치가 큰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 재산을 집 하나에 걸고 있는 사람들이 워낙 많을테니까요. 평범한 소시민인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집값 전망에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본론에 들어가서 지난해 주택청약시장에는 광풍이 불 정도로 건설경기가 호황을 누렸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도 대폭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집값은 거품일까요? 아니면 정상적인 상승을 이뤄낸 것일까요?
이에 대해 심도 깊은 분석을 한 보고서가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의 방송희 연구위원은 ‘적정성 지수를 통한 주택가격거품 검증’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주택시장 구조와 주택가격 거품의 정의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시장 ▲한국의 주택가격이 거품 유무 등에 대해 진단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배경은 인구구조가 고령화 됨에 따라 주택가격 거품론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중장기 주택가격 전망수요 확대와 가격하락 리스크에 대해 점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 거품이란?
우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주택 거품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학문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주택가격 거품은 주택가격 중에서 시장근본가치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의미하며, 지속적으로 괴리가 커지다가 종국에는 붕괴되는 특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거품 = 주택가격 - 시장근본가치
주택의 시장근본가치는 해당 주택을 계속 보유할 때의 가치로, 현재와 미래의 (기대)수익(임대료, 또는 자본이득)을 모두 현재가치로 할인해 더한 것을 말합니다.
혹자는 주택가격지수와 물가지수와의 괴리를 거품으로 정의하면서 거품론을 제기하지만 주택가격은 물가상승률만큼 올라야 정상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미약하며, 기준시점에 다라 거품 결과가 달라진다는 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또 주택가격 거품론의 논거로 제시된 대부분은 거품을 저널리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런 근거로는 주택가격 상승속도, 물가 상승률, 경제성장률, 임대료 상승률, 소득상승률과의 비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됩니다.
# 소득대비 집값 비쌀까? 쌀까?
일각에서는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 수준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높고, 서울은 뉴욕, 샌프란시스코보다 높다는 근거로 주택가격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용어정리> PIR(Price to Income Ratio)=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연평균소득을 반영한 특정 지역 또는 국가 평균수준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는 가구소득수준을 반영해 주택가격의 적정성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지수입니다. 예컨대 PIR이 10이라는 것은 10년 동안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근거론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아파트 PIR은 전국 6.26, 서울 12.64배로, 비교국인 미국 3.55, 일본 3.72, 비교도시인 뉴욕 7.22, 샌프란시스코 9.09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PIR은 전국 4.8, 서울 9.4로 주요국 및 주요도시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보이지만 이는 지표를 산출하는 기준이 달라 절대적인 수치만을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외국과 우리나라의 PIR 산정 기준이 어떻게 다른 걸까요?
외국의 경우 소득 및 주택가격을 구분지역별 대푯값을 이용하지만, 한국의 PIR산정시 소득은 전국 근로자가구 소득을 사용, 주택 가격은 지역의 대푯값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높은 서울 및 수도권은 고평가되며, 주택가격이 낮은 비수도권 지역은 저평가되는 문제가 있고, 소득을 전국기준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변화만이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 주요국 및 주요도시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 비교
-한국 및 서울의 PIR은 국민은행 발표자료(2013년) 기준, 일본은 Japan Property Central이 2013년 조사한 신규아파트 및 10년 이상 아파트의 PIR평균 사용, 기타 도시 및 국가의 PIR은 Performance Urban Planing(2012년) 기준
# 고령화시대, 집값 폭락할까?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나라 사회상을 표현하는 여러 추세 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현상입니다. 이에 따라 고령화가 되면 집이 남아돌아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것이 폭락론자들의 대표적 논거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고령화가 됐을 때 집값이 폭락하리라고 예상될까요?
예측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 근거입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보고서는 인구구조가 변화되더라도 주택 수요가 급격하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영향 요인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주택의 소비단위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이기 때문에 주택 수요 변화에 있어서 인구수보다 가구수가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인구증가세는 2015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된 반면, 가구수는 2035년도까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가구구조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주택수요를 세분화시켜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주택의 공급이 수요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집값은?
▶ 일본, 미국, 영국, 스페인 : 생산가능 인구 비중 감소 시점에 부동산 가격 크게 하락 경험
→ 한국 부동산 가격 폭락의 주요 근거로 인용
▶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그리스 :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정점을 지난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 경험
▶ 우리나라 :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주택 보급률은 98.2%로 아직 100% 미만
# 적정성 지수로 본 집값, 거품일까?
보고서에서는 주택가격의 적정성지수를 바탕으로 집값 거품을 진단했습니다. 그럼 먼저 주택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알아봐야겠죠.
주택가격의 적정성지수는 주택가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장근본가치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통해 주택 가격의 거품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시장근본가치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주택의 적정성지수로 정의, 여기서 주택의 시장근본가치는 주택을 보유함에 따라 발생하는 임대료의 합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계산합니다.
할인금리는 미래에 발생하는 수익을 현재가치 할인하는 금리로, 투자자의 위험성향에 따라 다양한 금리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회사채수익률(3년)을 사용했습니다.
1990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전국, 수도권 및 광역시 지역의 아파트가격 적정성지수를 추정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가격조정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며, 현재 주택가격이 자산가치보다 고평가돼 거품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016년 11월 기준 한국의 아파트 적정성지수는 0.60, 서울의 아파트 적정성지수는 0.72입니다. 이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서울 및 한국의 아파트가격에 거품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며, 다만 2016년 하반기 이후 적정성지수가 가파른 상승추세로 전환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 전국 및 서울 적정성지수 추정결과
적정성지수는 주택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변수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에 기초해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주택시장 의사 결정에 효과적 수단이 될 것으로 연구자는 판단했습니다.
▼ 지역별 일반아파트와 재개발대상아파트의 적정성지수 추이
일반아파트에 비해 재개발대상아파트의 가격은 고평가되어있고, 시장가격과 근본가치가 유사한 균형수준, 다만 지역간 편차는 존재하며, 재개발아파트가격도 현재 고평가되어 붕괴가 우려되는 거품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은 임대료 상승과 금융환경의 변화로 상승한 자산의 근본가치가 시장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시장가격의 자산가치 이탈현상, 즉 거품이라고 진단하기 어렵다고 연구자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별, 유형별, 시장별 편차를 반영한 추가 분석과 상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제언이겠죠.
PS 주택 구매 또는 투자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신중하고 지혜롭게 선택하고 행동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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